오늘 리뷰할 작품은 미야지키 하야오 감독의 2013년에 개봉한 영화《 바람이 분다 》입니다.
바람이 분다는 현재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곧 있으면 신작이 나옵니다.)이자 그의 작품 중 유일하게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논란의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 중 오락성이 가장 낮은 작품인 동시에, 자서전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작품세계와 그가 속한 세대의 삶를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 중 가장 마지막에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순
그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보면 한가지의 모순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평생 동안 추구한 작품의 테마는 평화주의와 생태주의입니다. 그가 그리는 전쟁은 그저 백해무익한 파괴행위에 불가합니다. 그의 작품 속 전쟁에는 대의나 명분 따윈 존재하지 않고 그저 인간의 탐욕과 욕심으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과 생물뿐입니다. 이런 파괴의 이미지와 반대되는 것은 바로 자연입니다. 그의 작품 속 자연은 냉혹하고 거대한 시스템에 가까우며, 인간은 거기에 굴러가는 나사나 톱니바퀴에 불과합니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의 작품들을 보면 계속하여 등장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비행기죠. 비행기는 전쟁을 상징하는 병기 중 하나인데 그의 작품 속 비행기는 굉장히 낭만적으로 그려집니다. 특히 붉은 돼지의 경우는 그런 그의 성향이 가장 크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그의 작품세계에는 비행기라는 모순이 존재할까요? 그것은 어린 시절 본 비행기 부품 제조 공장의 기억과, 미군 통치가 끝난 후, 몰아닥친 태평양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우익 성향의 아동 잡지의 기사들(제로센, 전함 야마토 찬양)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그의 작품들은 생태주의를 테마로 삼으면서도 전쟁병기인 비행기를 낭만적으로 그리는 모순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바람이 분다와 아주 큰 관련이 있습니다.
현재의 일본을 향한 메세지
이 작품은 현재의 일본에게 필요한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첫 에피소드는 관동대지진으로 시작합니다. 그 당시의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는데, 이는 2011년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시킵니다. 그리고 작품을 보면 불황으로 인해 혼란한 사회를 그리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일본을 떠오르게 하기도 합니다. 작품의 곳곳에 반전 메시지가 숨겨져 있고, 작중 등장인물들은 일본의 패망을 당연하다는 듯이 이야기합니다.
꿈의 파멸
바람은 분다는 주인공 호리코지 지로가 파멸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입니다. 그의 꿈은 비행기를 만드는 것이고, 그것을 위해 전쟁병기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결과 1기도 돌아오지 못합니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했으나 도리어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을 빼앗게 됩니다. 그의 우상인 카프로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비행기는 저주받은 꿈이야." 좀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주인공인 호리코지 지로는 작중 내내 꿈에 충실합니다. 점점 폭주해나가는 일본의 상황과 모순을 듣고, 명확하게 인지했으면서도 비행기를 만듭니다. 이 인물은 그저 비행기에만 관심을 가질뿐, 현실을 등지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본 작품도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이는 아내가 폐렴으로 요양해야한다는 의사의 진단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고싶어 하고, 아내는 그의 의향을 따르다가 결국 죽는 부분에서 더욱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여기서 이 인물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꿈만을 쫓아가는 인물임을 알수 있습니다. 이 작품이 흡입력이 그리 강하지 않습니다. 위기감 없는 음악과 주인공의 아내와 비행기를 제외한 모든순간 건조하고 붕뜬 목소리와 멍한 시선때문이라 할수있는데, 이는 주인공 지로의 주관을 표현한 것이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결국 그의 이런 성격은 작품의 결말부에 단 한기도 돌아오지 못한 비행기와 아내의 죽음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왜 꿈은 파멸했는가의 질문의 대답은 2개라고 할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시대, 두번째는 개인이죠. 이 작품은 시대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주인공 호리코지 지로에 대한 비판을 같이 하고 있다봐도 됩니다. 이 작품의 비극적인 결말은 꿈을 파멸로 몰아넣은 시대에 대한 비판과 주인공의 꿈의 대가라고 할수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서전
이 작품은 앞에도 언급했듯이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배경이 그의 다른 작품처럼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에서 호리코지 지로가 가지는 모순들은 감독 본인이 애니메이션을 만들 당시 가지고 있던 모순들과 일치한다 봐도 무방합니다. 본래 이작품을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작품은 감독 본인의 인생의 정리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시대의 이면
이 작품에는 당시 시대에 대한 다양한 암시들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주인공인 호리코지 지로의 시점으로 진행되기에 일본은 얼핏 보면 낭만적으로 묘사되는 것 같으나, 그 뒤에 다양한 시대의 이면들을 암시합니다. 다만 작품에서는 이를 직접적으로 비평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메시지들이 흐려지게 되는 면들이 있습니다.
총평
아름다운 것 만을 추구하고 시대의 이면을 외면한 이가 맞이한 파멸
평점: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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