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관련 잡다한 이야기

《수성의 마녀》방영기념 건담시리즈 특집 제 1탄 우주세기편

HAL9000 2022. 11. 14. 17:21

지금 수성의 마녀가 6화까지 방영한 시점에서 조금 늦지만, 건담시리즈 특집을 한번 하려고 합니다. 참고로 건담 애니들중 유튜브에서 건담인포 채널에 무료로 풀린게 많으니, 한번 찾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번에 스케줄 문제 때문인지 벌써부터 1주일 휴방하고 그 대신에 제타건담을 무료로 유튜브에 풀었습니다.) 이번 특집은 건담 시리즈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것으로 내가 건담을 잘 안다라고 하면 굳이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면 건담시리즈 특집의 제1탄 우주세기편 시작합니다.

 

우주세기란?

건담시리즈는 여러 세계관이 있는데, 그중 가장 먼저 만들어짐과 동시에 가장 크고 방대한 분량을 가지고 있는 세계관 입니다. 작품이 하도 많은지라 이번 특집에서 ova는 다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동전사 건담

말할 필요가 없는 최초의 건담입니다. 퍼스트 건담이라고 불리며 그야말로 근본중 근본이자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상 최고의 걸작중 하나로 꼽히며 거장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작품들중 이데온과 함께 최고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거는 애니메이션 팬이라면 교양용으로라도 한번쯤은봐야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속작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지만 단독 작품으로서의 완결성이 뛰어난 작품으로 전쟁의 참혹함을 잘 그려냈으며 건담과 뉴타입의 의미, 그리고 소통과 이해를 통한 반전이라는 감독이 다룬 평생의 주제를 뛰어나게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지금보면 워낙 옛날 작품이고 당시 제작환경도 그리 좋지 못했던지라 보기 힘든 부분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꼭 봐야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는 극장판 3부작이 있는데, tv판과 다른 부분이 꽤나 존재하는지라 둘중 무엇이 더 훌륭한가에 대한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극장판은 tv판에 비해 작화가 월등하게 좋으며 좀더 작중 병기들이 현실적으로 그려졌으며 tv판에서 스폰서의 의향으로 들어갔던 것들을 거의다 뺐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냥 둘다 보는것을 추천 드립니다. 그럼에도 만약 tv판을 차마 못보겠다라고 하시는 분들은 극장판만 봐도 크게 상관은 없습니다.

 

기동전사 Z 건담

제타건담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은 전작이 단일 완결을 목표로 했던 작품인 만큼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서 전작과 작풍이 상당히 다릅니다. 감독인 토미노 요시유키는 같은 이야기를 쓰는것을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억지로 건담을 만들라는 압박에 스트레스가 쌓여 그것이 이 작품과 이후의 작품들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작품의 각본의 절반 가량을 감독이 직접 썼는데, 감독 특유의 현실적이면서도 불친절한 대사들과 특이한 비유들이 나와 감독의 전작들보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작품의 내적인 특징은 다음 두 단어로 요약이 가능합니다. 허무주의와 극사실주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며, 전작의 이데올로기적 명분으로 인한 전쟁과 반대로 본작은 정치적 이해로 갈라진 정치인과 군인사이의 파벌싸움이 주 내용이기 때문에 정의나 이상따윈 존재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의 서사 역시 일반적인 애니메이션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전쟁에서 싸우다가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결국 정신이 붕괴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각본과 연출을 분석하면 본작의 극사실주의적 측면이 돋보입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사람이 주어나 목적어를 생략하는것을 그대로 반영하는가 하면, 현실의 사람은 그리 논리적이지 않다는것을 반영하여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나 언행을 합니다. 설정또한 대놓고 설명하는게 아니라서 작품의 중반쯤 되야지 작품의 설정을 숙지 하게 됩니다. 연출을 보면 현실의 사람을 재현하려한 부분들이 보이는데, 인물의 심리를 표정이나 행동, 그리고 태도로 보여줍니다. 애니메이션보단 영화에 가까운, 그것도 유럽영화에 가까운 연출법을 보여줍니다. 다만 이런 각본과 연출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수 있습니다. 상당히 취향을 타는 작품이나 완성도 자체는 상당한 편입니다. 수성의 마녀의 휴방의 여파(?)를 줄이기 위해 몇일전에 유튜브에 다시 올라왔으니, 한번쯤 보는것을 추천드립니다. 저도 다시 한번 정주행하고 리뷰할 생각입니다.

 

기동전사 ZZ 건담

 더블제타는 시리즈에서 위치가 상당히 애매한 작품입니다. 작품 자체의 평가가 상당히 갈리며 본작의 위치또한 제타건담과 희대의 명작이라 불리는 역습의 샤아 사이에 끼여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실책은 분위기입니다. 전작인 제타건담이 음울함의 끝을 보여주며 완결났는데, 다음 작품이 밝은 시트콤처럼 시작을 하다니요. 심지어 방영 당시에는 제타건담이 완결난 바로 다음주였는데 말이에요. 이와중에 작품이 후반으로 들어서면 스폰서의 압박으로 인해 다시 분위기가 어두위지며 정말 이도저도 아닌 작품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만 완성도 자체는 괜찮은 작품입니다. 전작과 달리 감독이 각본을 만지지 않고 영상에만 집중한 작품이라 이해하기 편하고 작화또한 상당히 화려합니다. 내용은 어른들이 저지른 짓을 아이들에게 떠넘기지 말자는 해석이 대부분이며 이는 전작인 제타건담에서 벌려놓은 판을 본작이 수습하는 작품인것이랑 상당히 유사합니다. 제타건담이 한 소녀의 비극의 측면에서 보자면 상당한 완성도를 자랑하지만 건담시리즈의 측면에서 보면 더럽게 어정쩡하게 끝냈기 때문에 본작이 그 뒷수습을 하는 내용인 셈이죠. 이야기가 조금 늘어졌지만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본인이 싼 똥은 본인이 치우자는 것 입니다.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

 많은 팬들과 평론가들이 꼽는 퍼스트 건담 이후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명작입니다. 역습의 샤아는 본래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으로 기획되어 있었으며 우주세기를 이끌어왔던 두 주역인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최후의 결투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이렇게 들으면 쉬운 내용인것 같으나 실상은 드럽게 난해한 작품입니다. 토미노 감독은 평생 소통과 이해를 통한 반전을 주제로 삼았는데, 본작은 당시 감독의 염세적인 성향으로 인해 '인간을 사실 이해할수 없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본작의 샤아 아즈나블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그 누구도 이해할수 없는 구성으로 짜인데다가 장대한 서사를 2시간으로 압축해서 장면 전환도 굉장히 빠릅니다. 전작에서도 보여줬던 난해한 대사들이 본작에서도 등장하는데, 정말 이해불가능하며 괴랄하기 그지없는 대사들이 등장합니다. 그중 하나만 꼽자면 샤아의 '라라아슨은 나의 어머니가 되어 주었을지도 모르는 여성이었다!' 가 있습니다. (참고로 라라아슨은 작중 사망당시 14살이었습니다.) 영상적인 측면에서 보면 본작은 괴물같은 작화를 자랑합니다. 지브리정도를 제외하면 일본애니메이션중 손에 꼽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기동전사 건담 F91

 역습의 샤아를 끝으로 토미노 감독이 건담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고 한 작품입니다만 평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난해했던 전작에 비해 간단한 플롯을 사용하였고 작품의 구도는 퍼스트 건담의 오마주에 가깝습니다. 작품의 구조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난해합니다(...). 본래 시리즈의 프롤로그로 계획된 작품인데 1쿨을 2시간으로 압축한지라 실제로 보면 역습의 샤아 이상으로 정신이 없습니다. 이야기도 중구난방이고 개연성도 분량압축으로 인해 구멍이 숭숭 뚤려있습니다. 거기다 이후 후속작도 없습니다(...). 이유는 본작의 흥행이 망했기 때문입니다. 장점이라면 작화가 굉장히 뛰어납니다. 역시 토미노 감독입니다. 물론 역습의 샤아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극장판인 만큼 뛰어난 작화를 자랑합니다.

 

기동전사 V 건담

 제타건담때부터 스트레스받던 토미노감독이 드디어 터져버린 작품입니다. 어린이용으로 기획되었지만 건담시리즈중 가장 극단적이고 잔인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작과정의 마찰로 인해 토미노감독은 자폐증에 걸려 이후 5년간 감독직을 맡지 못했으며 본인의 작품중 가장 싫어하는 작품으로 본작을 꼽았습니다. 분명 어린이용으로 기획되었지만 내용은 보스니아 전쟁을 반영하였으며 작중 온갖 끔찍한 묘사들이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그 유명한 대사 '어머니입니다.' 가 있습니다. 다만 본작은 완성도가 엉망인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한 수작이라고 부를수 있습니다. 다만 내용이 워낙 극단적인지라 맨정신으로 보기 힘들죠. 참고로 V 건담의 V는 빅토리를 뜻하는데 이 작품에 빅토리따윈 없습니다.

 

 

 

이번 특집은 여기까지입니다. UC같은 경우에는 워낙 큰 흥행을 한 작품이라 넣을까 고민했지만 굳이 넣지는 않았고 NT의 경우에 초심자에게 추천할만한 작품이 아니라 넣지 않았습니다. 섬광의 하사웨이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이번 특집에 넣지 않았습니다. 이후 헤이세이 건담과 신건담도 다룰 예정입니다. G의 레콘기스타와 턴에이는 따로 리뷰를 할것입니다.